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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배양육

인공배양육 산업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진짜 문제

한때 인공배양육은 기후위기와 동물윤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식품 혁명으로 주목받았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다는 발상은 많은 이들에게 미래 식량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수많은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에 이르러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인공배양육은 상용화의 벽 앞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생산 효율성, 가격 경쟁력, 맛과 식감의 구현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현재 배양육 기술은 상업적 생산 규모로 전환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고, UC 데이비스 연구진은 “배양육이 실제로는 축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의 주요 언론에서도 최근 들어 배양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점차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간 인공배양육은 ‘윤리적 대체육’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왔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생산 단가는 여전히 수십 배 이상 비싸며, 세포 배양 과정에서 사용하는 배지 비용과 무균 생산 환경 구축 등 고정비 역시 만만치 않다. 맛이나 식감 역시 기존 고기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결국 배양육은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여전히 실험과 개발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배양육이 직면한 실질적 한계점들을 세 가지 핵심 키워드, 즉 생산성, 비용, 맛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이 기술에 대해 어떤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이상적인 미래식량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다 냉정하게 이 기술의 현재 위치를 직시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인공배양육 생산성의 기술적 한계


인공배양육이 실험실에서 고기 형태로 만들어지는 데에는 꽤나 많은 생명공학 기술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기술이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세포 배양 속도와 밀도이다.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근육세포뿐 아니라 지방세포, 결합조직 등의 복합적 배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세포들을 일정한 비율로 안정적으로 증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UC 데이비스의 식품공학 연구팀은 “세포가 자라는 속도와 질이 불균형하게 나타나, 대량 배양 시 조직 구조가 불완전해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세포들이 자라기 위해서는 일정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온도, 습도, pH, 산소 농도, 영양 성분 등 다양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바이오 리액터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은 작은 실험실 단위에서는 비교적 쉽게 제어할 수 있지만, 산업 단위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량 배양 탱크에서 균일한 품질의 고기를 생산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공정 설계와 비용 문제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 구조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배양 속도 대비 생산 효율이다. 배양육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성장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에너지와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2023년 한 유럽 식품공학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동물 한 마리의 고기량을 실험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4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처럼 느린 생산성은 공급망 확장을 어렵게 만들며, 유통·보관 측면에서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한계는 단순히 기술로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식품 공급 체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생산 라인 확대, 자동화 기술 접목, 품질 표준화 등의 복합적 기술 집약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배양육 생산이 시제품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몇몇 기업의 제한된 상업 판매 외에는 ‘식품으로서의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배양육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사회적으로 ‘충분하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공배양육 비용과 경제적 문제


배양육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단연코 비용이다. 초창기 실험실에서 개발된 배양육 시제품은 한 조각당 수천 달러에 달했다. 이후 기술이 진보하고 일부 스타트업이 생산 라인을 구축하면서 단가는 점차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통 축산물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주로 배지 비용과 생산 설비 유지비에서 비롯된다.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배양액은 현재까지도 가격이 매우 높으며, 동물성 성분을 제외한 식물 기반 배지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2023년 기준으로 Eat Just와 Upside Foods 등 선두 기업들이 생산하는 배양육 제품은 상업적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는 대부분 고급 레스토랑 등 제한된 채널에 한정되어 있다. 소비자가 일반 식료품점에서 배양육을 접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생산 단가가 높은 만큼 마진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대량 유통 체계에 진입하기 위한 유통비와 인증비, 홍보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익 구조가 성립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두고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장 논리를 넘어서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또한 설비 투자와 유지 관리도 큰 부담이다. 무균 환경에서 대량으로 세포를 키우기 위해서는 GMP(우수 제조관리기준)를 만족하는 시설이 필요하며, 온도·습도·오염 제어 시스템까지 포함한 복잡한 인프라가 요구된다. 이로 인해 초기 자본 투입이 크고, 유지비용도 적지 않다. 따라서 스타트업 수준에서는 자체 생산보다는 위탁생산(CMO)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품질 일관성 확보와 추가 비용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더불어 정부의 보조금 및 규제 완화 정책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배양육 산업을 신산업으로 보고 지원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다수 국가에서는 아직 식품으로의 공식 인정조차 진행 중이며, 규제나 세제 혜택 측면에서도 명확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생산성 향상과 병행되지 않는 한, 경제성 확보는 요원하며, 이는 인공배양육의 대중화 가능성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공배양육의 맛과 소비자 수용성 문제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환경적으로 필요하다는 명분만으로는 인공배양육이 사회에 널리 수용되기는 어렵다. 소비자의 인식과 경험이 최종 선택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맛’이라는 복잡하고 민감한 요소가 있다. 인공배양육은 실제 동물 세포에서 유래한 만큼 분자적으로는 기존 고기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고기 같은 맛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소비자가 기대하는 고기의 풍미는 지방의 분포, 미오글로빈 농도, 조리 후의 조직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리 시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 육즙 보존력, 섬유 조직의 탄력성은 배양 과정에서 정확히 구현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상업화된 배양육 제품 중 다수는 닭고기 너겟이나 고기 혼합 식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식감의 한계를 감추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배양육을 먼저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고기와 비슷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식감이 너무 부드러워서 진짜 같지 않다”는 평이 다수 존재한다. 이는 실제로 제품 재구매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화제성 이후 고객 수요가 급감하는 현상도 보고되었다.

또한 문화적·정서적 요인도 크다. 일부 소비자는 배양육을 인공적이고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인식하며 꺼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배양육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동물 희생 없는 대안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여전히 동물에서 유래한 세포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배양육의 정체성이 여전히 소비자 인식에서 모호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배양육이 대중적 식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기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고기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맛과 식감, 안전성, 윤리성, 경제성,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배양육이 가지는 신기한 제품, 보여주기식 제품 이라는 인식을 넘어서기 위한 요소가 부족하며, 이는 기술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인공배양육의 성공을 위한 과제 3가지

 

현실과 기대 사이, 배양육이 넘어야 할 마지막 벽


인공배양육은 분명히 매력적인 대안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을 해치지 않으며,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미래상을 그려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생산 단가는 여전히 높고, 대량 생산 기술은 초기 단계이며, 맛과 식감은 실제 고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 인식과 문화적 거부감, 불완전한 규제 체계까지 고려하면, 인공배양육은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산업이 태동기임을 감안하면, 완전한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수많은 기술이 비슷한 경로를 거쳐 사회에 정착했다. 전기차도, 태양광도, 초창기에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변화의 당위성을 시장에 증명하느냐다. 현재 인공배양육에 대한 날선 비판은 단순한 반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적·사회적 완성도를 높이라는 요구이며, 산업 전체가 더 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자극이기도 하다.

이제 인공배양육 산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혁신을 지속하면서도,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을 낮추는 기술뿐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기차와 태양광이 그러했듯이 인공배양육도 미래의 식탁을 바꾸기 위한 도전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다만, 이 길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더 단단한 기술, 더 섬세한 전략, 그리고 더 솔직한 설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