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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배양육

미국 FDA 승인 이후 배양육 산업이 맞이한 대전환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는 공상과학 소설 속 소재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식탁에 진짜로 인공 배양육이 오르고 있다. 2023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는 세계 최초로 두 개의 배양육 제품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이 결정은 단순히 새로운 식품이 시장에 등장했다는 것을 넘어서, 식량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승인을 받은 기업은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와 굿미트(Good Meat)로, 각각 배양 닭고기를 식당용으로 우선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전통적인 육류 소비 구조에서 탈피한 이들의 행보는 지속가능한 식품 전환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정부의 규제 통과 배경을 살펴보고, 이 승인이 인공 배양육 산업 전반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정부 승인, 단순 절차가 아닌 산업 생태계의 신호

배양육이 미국에서 정식 판매 승인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허가 절차 그 이상이었다. 특히 FDA와 USDA라는 두 연방 기관이 함께 참여한 이번 결정은 ‘안전성’과 ‘공공 수용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였다. FDA는 세포 배양육이 기존 동물성 단백질과 비교해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사전 심사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배양에 쓰이는 세포의 출처, 배지의 성분, 배양 조건, 오염 가능성까지 매우 상세한 데이터를 제출해야 했다.

 

이후 USDA는 해당 제품이 ‘육류’로서 시장 유통될 수 있도록 라벨링, 생산 시설 위생, 유통 기준 등을 심사하였다. 굿미트와 업사이드 푸즈는 이 두 기관의 사전 협의 하에 공동 검토를 거쳐 최종 통과 판정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식품신기술의 승인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육류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한 상징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승인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미국 내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에 대한 장기 정책 기조도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혁신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인공 단백질 및 배양육에 대한 R&D와 상업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은 단순히 과학적 기술력을 평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기후변화 대응과 식량 위기 해소에 배양육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굿미트와 업사이드는 이런 흐름 속에서 ‘규제와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승인 이후 두 기업은 미국 내 일부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보다 대중적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배양육이 일시적인 관심을 넘어서 식문화의 일부로 편입되기 위한 첫 관문이 열린 것이다.

 

업사이드푸드와 굿미트는 각각 2022년과 2023년 미국 FDA로부터 ‘더 이상 질문 없음(no questions)’ 결정을 받아, 인공 배양육의 상업화를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FDA는 배양육의 원료가 되는 세포주의 기원, 배양 배지의 성분, 바이오리액터 내부 환경, 최종 제품의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해당 판단을 내렸다. 이어 USDA는 라벨링과 유통에 관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두 기업의 생산시설을 실사했고, 최종적으로 ‘식용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부여함으로써 두 기관의 협업 체계가 완성되었다. 이처럼 FDA가 과학적 안전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USDA가 유통 현장까지의 연결고리를 맡는 이원화 구조는 배양육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미국식 제도 적용의 첫 실험이었다.

 

승인을 받은 이후 두 기업은 빠르게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업사이드푸드는 캘리포니아의 파일럿 시설을 확대하면서 셰프 전용 라인에 납품을 시작했고, 굿미트는 기존의 싱가포르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레스토랑과 계약을 체결하며 상업화를 현실화했다. 또한 두 회사 모두 규제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승인 문서와 공정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생명공학 기반 식품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일반 소비자에게도 배양육의 안전성과 윤리성을 설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와 같은 구조적 승인 사례는, 이후 글로벌 기준 정립에도 강력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승인이 만든 변화, 배양육 산업의 기점이 되다

굿미트(Good Meat)와 업사이드 푸즈(Upside Foods)의 FDA 및 USDA 승인은 단순한 기업 성공을 넘어, 글로벌 배양육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투자자들의 태도였다. 그동안 ‘가능성은 있으나 불확실한’ 미래로 여겨졌던 배양육이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으면서, 실제 수익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얻게 된 것이다. 승인 직후 글로벌 벤처캐피털들은 배양육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특히 공정 자동화 및 배양기 대형화 기술을 가진 기술 기업들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유통과 외식 산업에서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미국 내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배양육 메뉴가 출시되기 시작했고, 일부 유통 기업들은 향후 제품 확대를 전제로 기술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동물 없이 생산된 육류’라는 윤리적 서사를 가진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수용될지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반응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국 내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배양육의 ‘정부 승인’ 여부가 제품 수용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식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었다는 인식은, 특히 20~40대 환경 의식이 높은 소비자층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실제 동물 세포를 이용해 생산되는 배양육은 ‘진짜 고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채식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다가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흐름이 단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배양육 승인에 앞장서며 글로벌 기준을 제시한 것은, 다른 나라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 효과를 가졌다. 싱가포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 기술 개발이 활발한 국가들도 자국 내 제도 개선 논의를 서두르고 있으며, 한국 또한 ‘규제자유특구’를 중심으로 정책 실험을 가속화하고 있다.

 

결국 굿미트와 업사이드의 FDA·USDA 승인은 기술보다 제도가 먼저 움직인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된다. 이 승인 하나로 인해 배양육은 실험실 속 기술에서 소비자 식탁으로, 그리고 국가의 식량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작은 승인이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의 승인 이후 글로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미 상업화에 앞서 나아가던 싱가포르는 미국의 규제 결과를 자국 정책의 안정성 검증 자료로 활용하며, 두 번째 민간기업의 배양육 제품도 승인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정비했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중심의 시장 육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 주도의 배양육 연구 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leph Farms, Future Meat Technologies 등의 기업은 미국 승인 이후 자국 규제기관과의 조율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EU에서도 유럽식 식품안전기준(EFSA)을 적용한 초기 검토안이 논의되는 등, 미국발 승인은 세계 식품 규제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한국 또한 앞선 글에서 다뤘듯이 경북 배양육 규제자유특구와 식약처 주도의 안전성 평가체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FDA와 USDA의 결정은 한국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선례가 되며, 향후 승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결국 배양육 기술 표준화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과 규제는 서로의 경계를 넘어 상호 영향을 주는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결국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혁신 경쟁은 배양육을 둘러싼 정책과 기술 주도권 다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승인은 그 흐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미국 FDA·USDA 승인 배경과 의미 해석

인공 배양육 승인, 식량 시스템의 리셋 버튼이 될 수 있을까

굿미트와 업사이드 푸즈에 대한 미국의 공식 승인은 단순한 시장 진입 허가를 넘어, 산업 전체에 구조적 신호를 보낸 결정이었다.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동물복지, 탄소중립이라는 다층적인 목표가 한 번에 응축된 이 작은 승인은,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혁신의 시작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식량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배양육 기술은 점점 더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 흐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배양육을 둘러싼 제도는 단순한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경제, 기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정책 영역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이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이제 각국은 자국의 식량 안보와 산업 전략에 맞는 제도 설계를 본격화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이르기까지 배양육이 점차 제도권 내로 들어오면서, 시장의 ‘무르익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역시 지금이 기회다. 단지 기술 개발을 넘어서, 제도 설계와 소비자 신뢰,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미국의 사례는 보여준다. 누가 먼저 제품을 완성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신뢰를 확보했느냐가 시장의 승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도 실험실의 성과를 일상 속 기술로 확장시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