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감이 고기를 만든다.
인공 배양육은 기술적으로 고기의 본질을 모사하려는 시도다. 영양성분이 같아도, 탄소배출이 적어도, 만약 씹는 느낌이 실망스럽다면 소비자는 고기를 먹는다는 감각적 확신을 느끼지 못한다. 고기의 식감은 단순히 부드럽거나 질긴 정도를 넘어, 섬유조직의 탄성, 근육과 지방의 균형, 익힘에 따른 물성 변화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요소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에서도 배양육을 처음 접한 이들이 가장 당황스러워했던 부분은 고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피드백이었다. 이는 과학자와 식품공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기술적 숙제일 뿐 아니라, 소비심리의 벽을 넘기 위한 정교한 감각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배양육 분야에서는 식감 구현 기술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세포 배양 자체의 정밀도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입안에서 어떤 경험을 주느냐가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양 과정에서부터 섬유형 조직의 생성, 지방 혼합 기술, 그리고 3D 바이오프린팅이나 마이크로캐리어 같은 지지체 활용 방식까지 고도의 식감 재현 기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 미국, 유럽 일부의 연구소와 스타트업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실험들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배양육의 두 번째 진화기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배양육 식감을 만드는 핵심 기술들이 어떤 원리와 방향성을 가지는지, 실제 연구와 기업의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기의 느낌을 기술로 만든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복제의 문제가 아니라 미각과 감각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혁신의 도전이다.
입체적 고기 구조를 닮아가는 배양기술의 진화
배양육의 식감은 근섬유, 결합조직, 지방 세포 간의 정교한 배치에서 비롯된다. 실제 육류는 근육세포가 길게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콜라겐 같은 결합조직이 섞여 있으며, 지방 세포는 일정한 간격으로 흩어져 있다. 이 입체적인 구조가 고유의 저작감과 풍미를 만들어낸다. 기존의 단순한 배양 기술로는 이런 복잡한 조직을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세포의 분화 방향을 제어하거나, 세포가 자랄 수 있도록 지지체를 이용한 3차원 배양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마이크로캐리어 기반 배양이 있다. 이 방식은 미세한 입자 위에 세포를 부착시켜 증식시키는 것으로, 표면적이 넓어 세포 밀도를 높이기 유리하며 구조를 형성하기 쉽다. 또 다른 방식은 스캐폴드라고 불리는 3D 지지체를 활용한 것으로, 식물성 셀룰로오스나 젤라틴 같은 생체 적합성 물질을 이용해 고기의 섬유질을 모사한다. 세포는 이 지지체를 따라 성장하며 근육 다발과 유사한 모양을 띄게 되며, 이는 식감 구현의 핵심 기초가 된다.
이 외에도 전기 자극이나 기계적 신장 등 실제 근육과 유사한 조건을 부여하는 바이오리액터의 정교화도 식감 개선의 주요 요소다. 이러한 조건이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이나 근섬유 배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세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근육처럼 움직이며 자라도록 만드는 기술이 병행되고 있다. 일본 도쿄대의 실험에서는 전기 자극을 통해 근육 수축 패턴을 유도한 결과, 기존 배양육보다 월등히 높은 식감 만족도를 달성한 바 있다. 기술은 점점 섬세해지고 있으며, 먹는 감각에 대한 재현이 과학의 주요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스타트업이 만들어가는 식감 중심의 기술 경쟁
배양육 식감 구현을 선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기술 전략은 진짜 고기 같은 경험을 위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미국의 업사이드푸즈(UPSIDE Foods)는 근섬유 조직의 배열을 정밀하게 통제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스캐폴드의 구조를 미세 조정하고 있다. 이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근세포뿐 아니라 지방세포까지 함께 배양하며, 고기의 부드러움과 씹는 감각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시제품에서는 결합조직에 가까운 질감도 일정 부분 구현에 성공해, 전통 고기와 비교했을 때 식감 차이가 대폭 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덜란드의 모사미트(Mosa Meat) 또한 식감 중심 전략으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들은 줄기세포의 다중 분화를 활용해 고기 내 다양한 조직을 하나의 구조물로 배양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규제 하에서도 비교적 빠른 시범 생산 체계를 갖췄다. 모사미트는 특히 지방과 근육 세포를 따로 배양한 후 적절한 비율로 혼합하여, 구웠을 때의 탄력감과 육즙 재현에 중점을 둔다. 이는 단순한 맛을 넘어서, 고기를 씹는 과정까지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식품공학이 응축된 기술이다.
이전 글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는 일본 도쿄대와 교토대 연구팀도 배양치킨 실험에서 식감 향상 기술을 적용했다. 2023년 공개된 이 연구에서는 11g의 닭고기를 배양해내는 과정에서 근섬유의 정렬 방향을 제어함으로써, 실제 닭가슴살과 유사한 조직 탄성을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향후 다양한 육류로 확장 가능하며, 특히 동물복지와 결합된 지속가능 식품 모델로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각국의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들은 배양육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배양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미각과 식습관까지 고려해 식감이라는 감각적 요소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식감을 위한 소재 혁신과 소비자 감각 반응의 과학
식감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배양 과정에서 사용되는 재료, 특히 지지체와 배지의 물성이다. 단순히 세포를 자라게 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재료 위에, 어떤 환경에서 세포를 키우느냐에 따라 고기의 조직감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최근에는 식용 가능한 식물성 재료를 지지체로 사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두단백질, 알긴산, 셀룰로오스 기반의 식물성 스캐폴드는 근섬유 세포가 잘 붙고 분화하기 쉬울 뿐 아니라, 섭취 시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식감에 흡수된다. 이러한 재료는 향후 규제 통과에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배지의 점도, 점착력도 식감 형성에 중요한 변수다. 근육세포가 자라는 배지는 영양분뿐 아니라 세포 간 상호작용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농도와 점성이 고기의 밀도와 질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연구에서는 배지 내 구성 성분을 조절해 섬유 길이와 방향성을 유도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이처럼 세포의 성장을 외부에서 설계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소비자 관능 평가 데이터 역시 기술 개발의 방향을 결정짓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연령층의 시식단을 운영해, 씹힘 정도, 육즙 유사도, 입안 잔향 등 세부 감각 요소를 정량화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기업이 기존 축산물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식감의 배양육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전통 소고기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탄력을 지닌 하이브리드 텍스처 제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소비자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준다.
결국 배양육의 성공은 기술만이 아닌 감각적 설득력에 달려 있다. 누구나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고기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료와 공정뿐 아니라 사람의 감각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역설계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식감 구현은 배양육의 최후 관문이 될까
인공 배양육이 단순히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넘어서 먹고 싶은 고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식감의 완성도가 마지막 과제가 된다. 아무리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낮아진다 해도, 실제 소비자의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기존 고기와 현격히 다르다면 시장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이제 식감 구현을 단순한 부차 과제가 아닌 중심 과제로 삼고 있다. 고기의 결, 씹는 느낌, 입 안에서 퍼지는 촉감과 같은 미세한 요소 하나하나가 기술의 목표이자 상업화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식감을 향한 기술적 도전은 분명 성과를 내고 있다. 다양한 지지체와 배양재, 미세조직 제어 기술이 실제 고기와 구별이 어려운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를 경험한 일부 소비자들로부터는 긍정적인 반응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연구기관과 기업이 함께 구축하는 관능평가 시스템은 배양육의 품질 향상을 위한 정량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식감은 더 이상 감각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과학적 설계와 데이터 기반 기술의 결과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전통 고기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개별적 식감을 완전히 모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과 실패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미 기술의 방향은 정해졌다. 식감은 단순한 고기 흉내 내기가 아니라, 인간 감각의 본질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인공 배양육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가 될 것이다.
'인공 배양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기보다 비싼 고기 인공배양육의 가격 장벽 넘기 (0) | 2025.08.03 |
---|---|
2050년 배양육이 바꿀 지구의 미래 (0) | 2025.08.02 |
인공배양육 산업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진짜 문제 (1) | 2025.08.01 |
고기를 바꾸면 지구가 달라진다 인공 배양육의 환경효과 (0) | 2025.07.31 |
미국 FDA 승인 이후 배양육 산업이 맞이한 대전환 (0)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