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축산업의 한계가 점차 분명해지는 지금, 인공 배양육은 식량 위기와 환경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전염병, 공급망 불안정 등이 겹치면서, 보다 지속 가능하고 위생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공 배양육 기술은 기존 식량 체계를 재편할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전통적인 식품 대기업이 아닌,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생명공학, 세포 배양, 자동화 공정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며, 단순히 고기를 실험실에서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 실제 소비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내고 있다. 더불어 각국 정부의 규제 승인, 대규모 생산 설비 구축, 비용 절감 기술 개발 등의 과제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전 세계 배양육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6곳을 대륙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각 기업이 어떤 기술력과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배양육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
Eat Just – ‘굿미트’로 시작된 식문화의 전환
Eat Just는 원래 식물성 달걀 ‘저스트 에그(Just Egg)’로 유명했던 기업이지만, 인공 배양육 시장에서는 ‘굿미트(GOOD Meat)’라는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업은 2020년 싱가포르 식품청(SF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 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 이는 식품산업 역사상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되었다. 굿미트의 제품은 실제 닭 세포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며, 세포 배양 배지에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기술을 진화시키고 있다.
Eat Just는 단순히 실험실 수준에서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상업적 유통까지 진입한 몇 안 되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2023년 기준으로 싱가포르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 굿미트 제품이 제공되고 있으며, 미국 내 FDA 및 USDA의 사전 검토도 마친 상태다. 2022년과 2023년에만 2억 달러 이상을 추가 유치한 이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기반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Eat Just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력에 기반한 초기 상업화 성공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이며, 이는 다른 스타트업과의 차별화된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Upside Foods – 배양 소고기부터 해산물까지 확장
Upside Foods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본래 ‘Memphis Meats’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세계 최초로 배양 소고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Upside Foods로 새롭게 도약한 이 기업은 배양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2022년 미국 FDA로부터 자사 배양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 인정(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 의견을 받았으며, USDA의 가공 허가도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
Upside Foods는 특히 대형 푸드테크 투자사와 연계한 자본 조달에 강점을 보이며, 테마섹,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수억 달러를 유치했다. 그 자금은 주로 생산시설 확충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집중되었고, 2023년에는 연간 수톤(t)급 생산이 가능한 ‘EPIC 공장’을 캘리포니아에 설립했다. 이 공장은 앞으로 미국 내 최초의 배양육 대량생산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Upside Foods는 단순한 제품 생산을 넘어, 소비자 신뢰 형성을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배지 성분, 탄소배출량, 에너지 효율 등을 공개적으로 검증받으며, 지속 가능한 먹거리 기술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철학은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윤리성과 친환경성까지 고려한 미래 식품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에서 배양육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 중심 기업들
Mosa Meat – 최초의 배양 햄버거를 만든 유럽의 선구자
Mosa Meat는 인공 배양육 산업의 상징적 존재 중 하나로, 2013년 세계 최초로 ‘배양 햄버거’를 개발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마크 포스트(Mark Post) 교수 연구팀이 중심이 되어 설립된 이 회사는, 실제로 그 해 런던에서 열린 시연 행사에서 배양육 패티를 조리해 공개적으로 시식까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제품 제작에는 약 30만 유로가 소요되었지만, 이후 공정 혁신과 세포 배지 대체 기술의 발전으로 단가 절감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Mosa Meat는 배양 소고기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동물 유래 성분이 없는 FBS-free 배지를 개발해 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술을 실현했다. 2020년부터 시리즈 B 투자를 통해 8,500만 유로 이상을 확보했으며, 2023년에는 시범 생산 공장을 가동해 일일 수백 킬로그램의 배양육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아직 유럽 내 공식 판매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규제기관과 협업 중이며 싱가포르 및 미국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줄기세포 분리·증식과 지지체 기술을 통합한 다층 구조의 조직 배양에 강점을 보이며, 이는 실제 고기와 유사한 조직감 형성에 유리하다. Mosa Meat의 목표는 단순한 상업화를 넘어서, “정육점에서도 배양육을 고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전통 축산을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Meatable – 줄기세포 기반 자동화 공정의 실험실 강자
Meatable은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실험성과 투자 규모 면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iPSC(유도만능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배양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소나 돼지에서 유래한 세포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세포는 특정 시점 이후 분열이 제한되는 데 반해, iPSC 기반 세포는 반영구적 증식이 가능해 대량 생산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Meatable은 세포 분화 과정을 자동화 알고리즘과 로봇 팔을 통해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이런 점은 생산 비용 절감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2023년에는 유럽연합의 Horizon 프로그램과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약 5,000만 유로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고, 네덜란드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시범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다.
제품 측면에서는 소고기뿐만 아니라 배양 돼지고기, 특히 유럽인의 식문화에서 비중이 큰 햄, 베이컨 등의 제품군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의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며, 소비자 대상의 제품 테스트도 병행하고 있다. Meatable의 비전은 단순히 '고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텍스처와 맛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중동에서 솟아오른 혁신, 이스라엘 배양육의 도전
Aleph Farms – 생체 조직 구조를 구현하는 배양 스테이크
Aleph Farms는 단순한 단백질 조각이 아닌, 실제 스테이크처럼 층층이 얽힌 조직 구조를 구현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는 이스라엘 대표 바이오푸드 스타트업이다. 기존 배양육이 주로 분쇄된 형태의 단백질로 제공되었던 것과 달리, Aleph Farms는 고기 본연의 텍스처와 층위를 복원하는 ‘3D 조직 배양’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이를 위해 소의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근육세포, 지방세포, 결합조직 세포를 각각 배양한 뒤, 이를 생체 모사 지지체 위에 층층이 재구성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 기업은 세계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배양육을 생산한 실험으로도 유명해졌다. 2019년, 우주 공간에서도 식량을 자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이 사례는 Aleph Farms의 기술력과 확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에는 브라질의 대형 식품기업 BRF, 일본의 미쓰비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했고, 2023년에는 FDA로부터 GRAS 의견서를 획득해 미국 시장 진입의 초석을 다졌다.
Aleph Farms는 고급 정육시장, 특히 스테이크를 주로 소비하는 유럽과 북미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정제된 조직감과 ‘근육-지방-결합조직’의 비율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탄소 중립을 위한 바이오리액터 개선 연구도 병행 중이며, 생산 효율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Believer Meats – 세계 최대 배양육 공장을 가동하는 현실주의자
Believer Meats(구 Future Meat Technologies)는 기술보다 더 강력한 실행력을 무기로 삼는 이스라엘 배양육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배양 단가 절감을 산업적 목표로 삼아, 일찍이 '바이오리액터의 모듈화'와 '폐배지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해 상업적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주요 벽을 낮춰왔다. 특히 2022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착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배양육 생산 공장은 Believer Meats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완공 시 연간 수백 톤 규모의 고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 배양육 상용화 로드맵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Believer Meats는 iPSC 기반의 줄기세포 배양과 더불어, 대사 부산물을 정화해 재사용하는 순환형 배양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생산 효율을 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기술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앞서 나가기 위해, 미국 대형 유통체인과의 협상도 병행 중이다.
2023년에는 FDA의 사전 심사 과정을 마치고 USDA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대형 푸드 서비스 기업들과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Believer Meats는 제품의 종류보다 생산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 다양한 고기 제품의 포트폴리오보다는 하나의 품목을 대량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대형 식품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며, 향후 B2B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배양육 스타트업이 여는 미래 식량 생태계
인공 배양육 스타트업들의 행보는 단순히 고기 생산 기술을 넘어서, 전 지구적 식량 문제 해결의 해답이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Eat Just와 Upside Foods는 미국 내 상업화의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규제 허들을 넘으며 ‘실제 유통 가능한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뿐 아니라 소비자 인식 변화, 식문화 융합 등 다방면의 전략을 통해 배양육을 일상 속 식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자 한다.
한편 Mosa Meat와 Meatable 같은 유럽 기업들은 과학적 신뢰성과 투명한 생산 공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교한 세포 배양 기술과 윤리적 생산 방식은 유럽 시장의 까다로운 규제 기준을 만족시키기에 적합하며, 이들은 ESG 경영 및 지속가능 식품이라는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배양 배지와 지지체의 동물성 성분 제거는 기술의 본질을 넘어 윤리적 정당성 확보의 핵심 과제로 여겨진다.
이스라엘의 Aleph Farms와 Believer Meats는 기술력뿐 아니라 자국 내 정부와 연구 기관의 밀접한 협력 아래,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실험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스테이크형 배양육, 폐배지 순환 시스템 등은 단순한 배양 고기에서 벗어나 ‘정육의 질감’과 ‘산업적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다. 특히 Believer Meats가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은 배양육이 더 이상 연구실 안의 이야기가 아닌, 식품 공급망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물론, 여전히 넘어서야 할 과제도 많다. 고비용 배양 배지, 생산 속도 대비 품질 유지 문제, 소비자 심리 장벽 등은 시장 확대를 제약하는 현실적 요소다. 그러나 현재의 스타트업들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가는 동시에, 사회적 수용성, 윤리적 설득력, 상업적 지속 가능성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체육’이라는 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식문화 패러다임의 주체로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제 인공 배양육은 단순한 기술의 실험 단계를 벗어나, 실제 경제 생태계 안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글로벌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늘 소개한 스타트업들이 있으며,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우리 식탁 위 선택의 폭을 넓히고, 미래 세대의 식량 안보를 지키는 데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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