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배양육 스테이크 상용화를 어떻게 성공했나
인공 배양육 분야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는 이스라엘 기업 Aleph Farms의 세포배양 비프 스테이크 상용화 승인입니다. 이 회사는 살아 있는 소로부터 채취한 세포를 기반으로 실험실에서 얇은 스테이크 형태의 고기를 재현해냈고, 작년 이스라엘 보건부의 최종 허가를 받아 세계 최초로 배양육 스테이크를 판매하기 위한 길을 열었습니다. 이 과정은 기술 개발과 규제 승인, 그리고 소비자 수용성을 함께 고려한 산업화 흐름의 훌륭한 모범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Aleph Farms가 개발한 배양 비프 스테이크의 기술적 구성과 상용화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합니다. 이어 이 기술이 기존 축산업과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 그리고 투자 및 정책 차원에서 어떤 전략이 동원되었는지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사례가 글로벌 배양육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까지 정리하며, 특히 대한민국 등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교훈을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하겠습니다.
배양육 스테이크 상용화를 이끈 Aleph Farms의 기술과 전략
Aleph Farms는 2017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바이오푸드 기업이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배양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세포 기반 스테이크를 시제품 단계를 넘어 상용화 직전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용한 방식은 일반적인 세포 덩어리를 만든 뒤 고기 형태로 성형하는 게 아니라, 생체 조직을 모방한 3차원 세포 배양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즉, 단백질 구조와 지방의 배열, 섬유질을 실제 고기처럼 구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기술의 핵심은 ‘스캐폴드’로 불리는 지지체 구조이다. Aleph Farms는 소의 세포를 채취한 뒤, 식물성 또는 해조류 유래 지지체 위에 세포를 분포시켜 자라게 한다. 이 과정은 조직공학에서 유래한 기술로, 혈관이나 지방층까지 일정 비율로 배양되도록 유도한다. 덕분에 결과물은 단순한 다진 고기가 아닌, ‘결이 있는 고기’ 형태의 스테이크로 탄생했다. 이 기술은 다른 배양육 스타트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상용화 전략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Aleph Farms는 처음부터 고급 레스토랑을 1차 판매처로 설정했다. 대중적 유통망보다 경험 기반의 고급 시장에서 소비자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미지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단가 부담이 있는 초기 제품을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럭셔리 식품’이라는 포지션을 확보했다.
작년, 이스라엘 보건부는 Aleph Farms의 배양 스테이크 제품을 공식적으로 식품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이 제품은 조리 및 제공이 가능한 첫 번째 정부 승인 배양육 스테이크로 기록되었고, 곧이어 일부 셰프 레스토랑에서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메뉴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기술력에 더해 규제 대응과 시장 진입 타이밍을 정교하게 조율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Aleph Farms의 가장 큰 기술적 차별점은 단순한 세포 증식에 그치지 않고, 고기의 질감을 실제 스테이크 수준으로 구현하는 3차원 조직 배양 기술에 있다. 이들은 주로 동물의 근육세포, 지방세포, 결합조직 전구세포를 각각 분리 배양한 후, 이를 3D 프린팅 또는 바이오스캐폴드 기술을 이용해 실제 고기처럼 층을 이루도록 구조화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 지지체’로, 이는 세포가 자랄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생분해성 재료다. Aleph Farms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콜라겐 기반 식물 유래 지지체를 사용해 동물성 성분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제 고기와 유사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또한 성장인자와 배양액의 효율적인 활용도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기존 동물 혈청을 대체할 수 있는 합성 성장인자 조합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윤리적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의 자동화와 모듈화 설계는 대규모 생산을 염두에 둔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Aleph Farms는 단지 배양육을 실험실에서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식품 제조 산업에 통합할 수 있는 수준의 공정 기술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 기술은 이스라엘 내 시험 생산 시설 외에도 아시아 및 유럽 내 확장 거점을 설정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이로써 향후 글로벌 상용화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의 식품혁신 생태계와 배양육 기업 지원 전략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 군사·농업·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온 나라다. 이러한 역량은 최근 ‘푸드테크 강국’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인공 배양육 분야에서는 정부 주도의 정책, 활발한 민간 투자, 대학·연구기관 협업이 삼각축을 이루며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고 있다. Aleph Farms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한 대표적 성공 사례다.
정부는 2020년대 초반부터 국가 식량안보 전략에 ‘대체 단백질 기술’을 핵심 과제로 포함시켰다. 식량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자국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 보건부, 농업부가 공동으로 R&D 펀드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직접 지원했다. Aleph Farms는 이 펀드를 통해 연구 초기 단계부터 정부 보조를 받았으며, 기술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 과정에서도 우선심사 혜택을 받았다.
또한,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타트업 밀집 지역을 보유하고 있다.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바이오푸드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와 생명과학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Aleph Farms는 와이즈만 연구소 출신의 과학자들과 협력하며 기술을 발전시켰고, 학계와 산업계 간의 ‘열린 혁신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기술 인프라 또한 배양육 개발에 유리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스라엘은 실험실 배양기, 미세 환경 제어 장치, 3D 바이오프린팅 등의 기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 덕분에 Aleph Farms는 세포 배양용 배지와 지지체 개발, 온도·습도·pH 제어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 독립성은 해외 수입 장비나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상업화 일정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 정부의 유연한 규제 접근도 주목할 만하다. ‘선(先)허용 후(後)평가’ 모델을 일부 식품안전 평가에 도입해, 혁신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이 같은 유연성은 Aleph Farms의 제품이 빠르게 레스토랑에서 실제 식품으로 제공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정책적 환경 덕분에 이스라엘은 배양육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이 모델을 주시하고 있다.
Aleph Farms는 자국 내 기술 고도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장 진입과 규제 대응 전략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국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중동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UAE는 기후 변화 대응과 식량 안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배양육을 주목하고 있으며, Aleph Farms는 이를 기회로 삼아 현지 파트너사와 공동 R&D 및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거리 수출에 따른 탄소배출 문제를 피하면서, 문화적·종교적 기준에 맞는 배양육 제품을 현지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Aleph Farms의 중요한 교두보 중 하나로, 이미 Eat Just와 같은 경쟁사들이 승인을 받은 전례가 있는 국가다. Aleph Farms는 이와 유사한 절차를 밟아, 자사의 배양 스테이크 제품에 대한 사전 규제 검토와 영양성분 안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와 협력한 독립 실험기관을 통해 식품위생·알레르기 반응·미량 영양소 성분까지 사전 검증하고 있어, 상용화 이후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 외에도 Aleph Farms는 유럽 내 규제 절차가 가장 까다로운 지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별도의 규제 자문팀을 구성해, EU의 노벨푸드 인증을 목표로 하는 장기 전략도 수립한 상태다. 이들은 각 국가의 규제 및 소비자 인식 수준에 맞는 전략을 병행하면서도, 글로벌 식문화 전환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비전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진출 전략은 단순히 ‘기술 수출’을 넘어, 지역 맞춤형 식량 자립 모델이라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기 없는 세상을 향한 혁신,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변화
Aleph Farms의 상용화 사례는 단지 하나의 배양육 제품 출시를 넘어, 식량 시스템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흐름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기후위기, 자원 고갈, 동물복지라는 세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서 인공 배양육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 제품이 식탁에 오르는 변화는 소비자 인식과 정책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빠른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이끌어내며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의 선도 국가로 올라섰다. 이 흐름은 단지 자국 내 식품 자립을 위한 전략에 그치지 않고, 배양육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단백질 경제’라는 세계적 흐름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Aleph Farms가 보여준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정책 및 산업 전략을 구상하는 데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확장 가능성’이다. 가격, 대량생산, 소비자 수용성, 규제 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하나의 제품이 진정한 대체식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처럼 정부·산업·학계가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규제가 유연하게 진화하는 환경이 조성될 때만이 배양육이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Aleph Farms가 시작한 변화는 하나의 기업 성과를 넘어, 인류의 식량 시스템을 보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거대한 도전이다. 이제 그 바통은 각국의 기술 개발자, 정책입안자, 그리고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배양육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진 나라 중 하나로, Aleph Farms 외에도 Future Meat Technologies, SuperMeat 등 유력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정부의 강력한 R&D 지원을 기반으로 배양육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지만, 각자의 기술 전략과 시장 포지셔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Future Meat Technologies는 생산 단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10달러 이하 치킨 생산'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었다. 이 회사는 바이오리액터의 설계와 순환 시스템을 최적화해, 생산 효율성과 환경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Aleph Farms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반면 Aleph Farms는 '고급육'을 목표로 조직 복잡성과 외형 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술 깊이와 제품 경험에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SuperMeat는 식당 연계형 실증 모델을 강조한다. 이들은 텔아비브 인근에서 ‘The Chicken’이라는 테스트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배양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신뢰를 확보함과 동시에 시장 수용성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상용화 초기단계에서 유용한 접근이다. Aleph Farms도 2024년 내 시범 레스토랑 공개를 예고했지만, 그보다는 식품 유통사와의 제휴를 중심으로 공급망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진입 방식에 차이가 있다.
또한 기술 협업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Aleph Farms는 생명공학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강조하는 반면, Future Meat은 자체 폐쇄형 생산시설을 통한 독립적 대량 생산에 강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전략 차이는 향후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각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투자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Aleph Farms는 경쟁사 대비 고품질·고가치 중심의 포지션을 고수하면서도, 기술의 완성도와 규제 적합성을 동반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며,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 같은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