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배양육

한국 배양육 산업 어디까지 왔나? 정책·특구·기회 집중 분석

CREMO 2025. 7. 27. 23:19

인공 배양육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실험실에서 생산한 배양육이 실제 식탁 위에 오르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빠르게 제도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세포 배양 기반 식품에 대한 정의를 신설했고, 경북 의성 지역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인공 배양육의 실증 실험과 상용화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니다. 기존에는 명확한 법적 분류가 없어 사업화가 불가능했던 배양육이 이제는 정식 ‘식품’으로서 제도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한국이 배양육 산업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후 변화 대응, 축산 환경 부담 완화, 식량 안보 확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배양육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분야는 미국,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소수의 국가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도 마침내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실증과 기술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글로벌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국에서 배양육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게 된 배경과 식품위생법 변화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 이어 경상북도 의성에 조성된 규제자유특구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이 국내 식품 산업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을 전망해보며, 향후 한국형 배양육 생태계의 가능성을 조망하고자 한다.

 

배양육 규제 해제된 한국, 식품 산업 대전환 시작

식품위생법 개정과 인공 배양육의 제도권 진입

한국에서 인공 배양육을 정식 식품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의 개정이다. 이전까지 배양육은 축산물도, 일반 식품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들이 상용화 제품을 내놓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2023년 말, 식약처는 배양육을 포함하는 새로운 식품 범주를 규정하면서 상황이 전환되었다. 이제 세포를 이용해 만든 식품도 식품의 정의 안에 포함되며, 제조·유통·표시 등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 법적 개정은 단순히 규정을 추가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부가 배양육을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인정하고, 기술 개발에서 상업화로 넘어가는 길목에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포 추출 원천, 배양 배지의 성분, 지지체 사용 여부, 배양 중 투입되는 첨가제나 효소 등에 대한 관리 항목이 명문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시장에 제품을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식품위생법 개정 이후 식약처는 배양육을 포함한 신규 식품 원료의 안전성 심사를 담당할 전담 부서를 지정하고, 기술심의 기준도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포의 기원과 이력, 유전적 변화 여부, 생산 공정에서의 미생물 오염 가능성, 최종 제품에 남는 배양 잔류물 등의 항목이 포함된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심사 구조를 통해 투자 유치와 제품 출시가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법 개정 이후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배양육 원료로 사용할 세포와 배지를 등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완전한 식품 판매 허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신청 준비 단계에 들어간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식약처도 현재 진행 중인 안전성 검토가 완료되면, 국내 최초의 배양육 판매 승인 사례가 조만간 나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이 일련의 흐름은 한국이 배양육을 미래 식량 전략의 핵심 축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며, 이는 앞으로의 국가 식량 정책에서도 배양육이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경북 규제자유특구와 실증 중심의 상용화 기반 마련

인공 배양육의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식품위생법 개정이라면,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실증하고 사업화를 준비하는 중심축은 경상북도 의성 규제자유특구라 할 수 있다. 2023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지역을 ‘세포배양 식품 특화 규제자유특구’로 공식 지정했다. 이 조치는 배양육을 연구실이 아닌 현실의 공장, 유통망, 소비자 환경 안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성 특구에는 연구개발 인프라, 생산시설, 시험 판매 허브가 함께 조성되고 있으며,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과 다수의 민간 식품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규제특례를 통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비상업적 시제품의 시식 행사나 소량 유통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연구 단계의 기술이 실제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고, 보완점을 찾는 순환 구조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구에서 이루어지는 핵심 실증 항목 중 하나는 배양육의 대량생산 공정이다. 한국은 배양기 규모가 아직 소형에 머물러 있어, 생산 단가를 낮추고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특구 내에는 50리터 이상 규모의 중형 배양기를 설치해 실제 공정 흐름을 검증하고 있으며, 관련 자동화 설비도 병행 실험 중이다. 이를 통해 향후 500리터, 1,000리터 이상의 상업용 대형 배양기로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또 다른 실증 분야는 배양육의 관능 평가, 즉 ‘먹었을 때의 맛’과 관련된 연구다. 이는 소비자 수용성 확보에 직결되는 영역으로, 실험 참가자들이 일정 조건하에서 시제품을 평가하고 그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상태지만, 규제특례 덕분에 연구용 목적의 시식은 제한적으로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 결과는 이후 정식 허가 신청 시 과학적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특구가 단순한 기술 실험장이 아니라 정책 테스트베드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식약처가 새로운 안전관리 기준을 수립하거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자금을 배분할 때, 이 특구에서 나온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의성 특구는 기술 상용화를 넘어 정책 방향을 선도하는 실질적 거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제도에서 생태계로, 인공 배양육 시대를 여는 한국의 도전

이제 인공 배양육은 실험실의 한계를 넘어서 산업과 정책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식품위생법 개정은 이러한 전환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초석이 되었고, 경북 의성 규제자유특구는 기술 실증과 대중 수용성을 시험할 수 있는 유일한 현장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와 미래 식량체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은 많다. 배양육의 원료로 사용되는 배지의 고비용 문제, 대규모 생산설비의 부재, 소비자 인식의 편차 등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또한 국내외의 규제 정합성 문제도 향후 수출입 환경에서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과제를 풀기 위해선 단순히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만이 아니라, 민간의 기술 혁신과 학계의 안전성 검증,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금, 배양육이라는 미래 식품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국가 차원의 제도화, 지방정부의 실증 지원, 기업과 연구기관의 참여가 삼각축으로 작용하며 생태계를 형성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 배양육은 기후 위기와 식량 불균형이라는 인류적 과제에 응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그 가능성의 문을 제도적으로 열고 기술적으로 시험해보는 국가 중 하나다.

 

앞으로 이 흐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산업화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관리체계가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인공 배양육은 결국 ‘먹는 것’이라는 일상의 문제이기에,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를 함께 얻어야만 비로소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식품 하나를 시장에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인공 배양육은 앞으로의 식량 소비 방식, 유통 구조, 환경 영향까지 전방위적인 변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제도와 기술이 맞물리는 지금이야말로 진짜 도약의 순간이다. K-배양육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