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단백질의 그림자, 인공 배양육 에너지 논란 정리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축산업은 전 세계 식량 공급의 중추이자, 동시에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소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사료, 물,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에너지는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동물을 기르지 않고 고기를 만드는 방식, 즉 인공 배양육은 더 나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 복지와 기후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인공 배양육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 인공 배양육 역시 새로운 질문들을 낳는다. 최근 들어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 사용량이다.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대체 기술이 과연 전통 방식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말 진보한 걸까? 배양육 생산은 냉각된 바이오리액터 속에서 이루어지며, 일정한 온도 유지, 배지 공급, 세포 성장 유도 등 복잡한 과정이 반복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의 전력 소비는 단순한 제조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논의할 때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에너지 효율, 자원 투입, 시스템의 확장 가능성, 심지어 전기를 생산하는 수단까지 함께 고려해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적 전환이라 말할 수 있다. 인공 배양육이 정말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배양육의 에너지 소비라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기술에 대한 맹목적 환상이 아닌, 현실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전통 축산과 인공 배양육의 에너지 구조 차이
인공 배양육의 핵심 주장은 전통 축산에 비해 환경적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비교해보면, 두 방식의 에너지 사용 구조는 전혀 다르며 각각의 약점도 존재한다. 전통 축산업은 동물의 생장을 전제로 하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사료 소비, 물 사용, 배설물 처리, 도축 및 냉장 유통 등 다양한 단계에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메탄, 아산화질소와 같은 비이산화탄소형 온실가스로, 이들의 온실 효과는 CO₂보다 수십 배 강하다.
하지만 에너지의 ‘형태’와 ‘직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축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광 기반의 간접 자원이다. 예를 들어 사료 작물은 햇빛을 통해 자라고, 소는 이를 섭취해 성장한다. 물론 경작을 위한 농기계, 사료 제조, 운송 등에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사용되지만, 총 에너지 사용량을 추산할 경우 간접적인 생물학적 전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서 축산업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지만, 시스템 자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반면, 인공 배양육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생산 과정이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온도와 산소, pH 농도 등 미세 환경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한 바이오리액터는 24시간 작동된다. 이 장비들은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며,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복잡한 냉각 및 순환 시스템을 탑재한다. 이때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는 탄소중립 여부와 관계없이 수치적으로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 연구 단계에서는 단위 고기 1kg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가 축산에 비해 3~4배 많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축산업의 에너지 소비가 분산적이고 측정이 어렵다는 점, 배양육은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서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 단위 고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직접 에너지 소비량’을 기준으로 보면, 배양육은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대부분 전력이며, 이 전력이 재생에너지 기반이 아니라면, 배양육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타이틀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인공 배양육의 공정별 에너지 사용과 기술 개선 가능성
인공 배양육은 그 탄생 과정 자체가 정교한 과학의 산물이다. 세포를 채취하고, 이를 실험실 환경에서 대량 증식시키며, 조직화된 구조로 만들어내는 모든 단계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가장 먼저 거치는 단계는 동물의 줄기세포나 위성세포를 확보하는 ‘세포 추출’이다. 이 과정 자체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진 않지만, 이후 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한 배양환경 조성이 본격적인 에너지 사용의 출발점이 된다.
배양은 일정한 온도, pH, 산소 농도 등을 유지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37도의 항온 상태를 수십 시간 이상 유지하는 ‘바이오리액터’ 장비를 활용한다. 특히 성장인자, 아미노산, 포도당 등 세포가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포함한 ‘배양액(배지)’의 생산과 유지가 전체 공정 중 에너지 부담이 가장 큰 항목 중 하나다. 기존에는 소혈청(FBS) 기반 배지를 사용했지만, 이는 윤리적·경제적 부담이 커 현재는 식물성 또는 합성 성분을 바탕으로 한 대체 배지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 대체 배지도 여전히 정밀한 조성이 필요해, 제조 과정에서 많은 전력과 냉각 비용이 투입된다.
지지체(스캐폴드) 기술 또한 중요한 에너지 변수다. 배양된 세포가 고기처럼 입체적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선 이를 지탱해줄 구조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소재 개발과 조형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야 한다. 3D 프린팅 기반의 식용 지지체 제작은 특히 많은 열과 정밀한 기계 작동을 요구하므로, 대량 생산 시 전력 소모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KOFST 기술백서에서는 인공 배양육 생산의 60% 이상이 배지 유지 및 바이오리액터 작동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로 집중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각국의 연구소와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기술을 시도 중이다. 예컨대, 배지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필터링 기술, AI 기반 배양 환경 제어 알고리즘, 폐열을 순환 사용하는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폐열 회수형 바이오리액터 프로토타입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대비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또한, 지지체 역시 곤충 유래 키토산이나 식물성 젤라틴 등 저에너지 기반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주목할 부분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통합이다. 각 단계를 개별 장비로 분리하기보다는, 자동화된 일체형 생산 모듈을 도입해 냉각·가열·공기 흐름 제어를 최적화하면 상당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일체형 ‘식물공장형 배양소’ 설계를 통해 실내 재배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안정화된다면, 현재 지적되는 높은 에너지 문제는 완화될 수 있으며, 인공 배양육은 진정한 ‘그린 프로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진짜 에너지 전환’은 지금부터
인공 배양육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 어떤 식량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축산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부 공정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미지가 다소 과장되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와 방향성, 그리고 각국의 정책적 지원을 함께 고려할 때, 배양육은 여전히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인공 배양육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기술이다. 축산업은 수천 년의 관행 속에서 굳어진 구조를 갖고 있지만, 배양육은 이제 막 성장하는 산업으로서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문제를 넘어서, 재생에너지 기반 생산 체계, 스마트팜과 연계된 열관리 시스템, AI 기반 최적화 플랫폼 등 미래형 인프라와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화두가 된 RE100도 중요한 지표중 하나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기존 축산업은 이를 해결할 수 없는데 인공 배양육 시스템은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도 이 변화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가격, 맛, 윤리성, 탄소발자국 등 다양한 기준 속에서, 배양육은 점차 ‘먹을 가치가 있는 고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기술 발전, 정책의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에너지 사용량이 곧 ‘정체된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이미 태양광이나 전기차를 통해 배운 바 있다.
결국 인공 배양육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완성된 해답이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기술, 윤리, 환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보다 더 나은 식탁을 위한, 더 나은 지구를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